부산흥신소 가로등이 켜진 밤길을 걷는 여자가 있다. 키가 큰 여자인가 싶지만 다시 보니 긴 그림자다. 여자의 머리 위에 있는 카메라가 천천히 여자의 그림자를 따라간다. 조금 걷다보니 빛 때문에 그림자가 하나 더 생긴다. 꼭 세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여자는 두 개의 그림자와 함께 계속 걷는다.MBC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친자’) 의 이 장면은 소시오패스같기도 하고, 그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해 꼬일대로 꼬인 것 같기도 한 주인공 장하빈(채원빈)의 복잡한 성격을 감각적으로 보여줬다. 드라마는 딸이 사람을 죽였다고 의심하는 베테랑 프로파일러 장태수(한석규)와 속을 알 수 없는 딸이 펼치는 스릴러다. ‘이친자’는 흥미로운 설정만큼이나 TV 드라마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영화같은 미장센으로 화제가 됐다. 지난 11일 마지막회 편집을 마친 송연화 PD를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이친자’의 등장인물들이 사는 세계에는 꼭 낮이 없는 것 같다.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