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중계 지난 2월6일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규모 발표로 촉발된 이른바 의료대란이 만 9개월을 지나고 있다. 현 상황은? 한마디로 기가 막힌다. 의료대란 뒷수습을 위해 2월부터 9월까지 쏟아부은 건강보험 재정만 2조원이 넘는다(국회예산정책처). 앞으로 얼마가 될지는 가늠조차 어렵다. 최근 정부는 의료개혁과 관련해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의 건보재정 투자를 추진한다는 계획까지 밝혀, 건보재정은 1~2년 내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들이 떠나고 있다. 전공의 9000명가량이 수련병원을 떠났고,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이후 병원을 지키던 전문의들도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줄줄이 병원 문을 나서고 있다. ‘의료개혁’이라고 이름 붙인 독단적 국정운영의 처참한 성적표다. 의료대란 사태는 전 국민의 근심거리가 됐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아프지 말라”는 말이 인사가 될 지경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10%대로 주저앉은 대통령 지지율, 부정평가의 이면엔 의료대란이...
유난히 오락가락하는 가을 날씨가 농민들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한창 붉게 물들어가야 할 사과가 며칠 비로 인해 푸르게 변했다는 소리가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조금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작년에 비해 배추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이고, 쪽파김치라도 담그려 집어든 쪽파 한 단 가격이 작년 이맘때의 두 배도 더 되는 듯하다. 농업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조선에 비해 매우 낮은 시대지만, 시골에 사는 나는 추수기 날씨마저 불안불안하다.나라경제 대부분을 농업에 의지했던 1581년 음력 9월, 예안 고을(현 경북 안동시 예안면 일대) 상황은 더 엄혹했다. 당시 예안 고을 대표적인 양반 가운데 한 명인 금난수의 기록에 따르면, 고을 사정은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 때문에, 조선시대 백성들 입장에서는 가을이 그나마 가장 사정이 좋을 때였다. 그러나 1581년은 유난히 자연재해가 많아, 가을에도 곡식 한 자락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마치 3~4월 보릿고개를 연상케 할 정...
다이어리, 스마트폰, 가방, 신발까지 각종 스티커나 키링으로 꾸미기를 즐기는 요즘 문화의 핵심은 ‘귀여움’이다. 종이 만화 전성기이자 각종 팬시 제품이 성행한 1990년대 문화의 귀환이라고도 하고, 사회가 각박할수록 무해한 대상에 이끌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하지만, 귀여움은 의외로 오래된 학술적 연구 대상이다. 커다란 눈, 통통한 볼, 넓은 이마, 작은 코 등 포유류 유아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귀여운 외모는 상대에게 돌봄 욕망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외부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조건이 된다고 보는 진화론적 연구가 대표적이다. 귀여운 외모에 대한 본능적인 편향은 ‘킨첸슈마(Kindchenschema)’라고도 불린다.한편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시앤 나이는 <우리의 미적 범주들: 엉뚱한, 귀여운, 흥미로운(Our Aesthetic Categories: Zany, Cute, Interesting)>(2012)에서 귀여움이 단지 생존을 위한 생물학적인 조건일 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