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대출 어린 경진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돌아왔을 때 경진의 엄마는 경진의 손을 잡고 집 앞에 있는 ‘맘모스 백화점’으로 향했다. “가자. 남들이 너를 무시하지 못하게 본때를 보여주는 거야.” 엄마가 말한 ‘본때’란 백화점에서 산 원피스와 장신구로 쫙 빼입는 것이었다. 효과는 굉장했다. 때빼고 광낸 경진의 모습은 어쩐지 아이들을 긴장하게 했고 괴롭힘도 덜해졌다.세월이 흘러 경진은 ‘쇼퍼홀릭 시인’ 이소호가 됐다. 이소호는 그저 ‘가지고 있기 위해’ 같은 옷을 여러 벌 사고, 백화점에서 본 수입 향수를 사려고 40장짜리 원고를 쓴다. ‘쇼퍼홀릭’과 ‘시인’. 세상에서 제일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단어의 조합은 이렇게 탄생했다.<쓰는 생각 사는 핑계>는 시인 이소호의 산문집이다. 2018년 첫 시집 <캣콜링>으로 유구한 가부장제와 성폭력을 날카롭게 폭로한 그가 이번엔 쇼핑과 시 쓰기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고 찾아왔다.쇼핑...
“그렇게 입지 마” “○○ 만나지 마” 교제폭력의 시작은 ‘강압적 통제’라고 한다. 2007년 에번 스타크 미국 럿거스대학 교수가 처음 사용한 ‘강압적 통제’는 “상대방 일상에 대한 간섭과 규제, 비난하기, 가족·지인 등에게서 고립시키는 등의 가해 행위”를 전반적으로 일컫는다.처음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통제 욕구는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대부분 “헤어지자”는 말이 살인의 방아쇠가 됐다. 다른 이유도 많다. 가해자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 “잠자는데 불을 켜서” “텔레비전 전원을 끄지 않아서” “휴대전화 잠금을 풀어주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피해자들을 죽였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기준으로 집계한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 살해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138명이다. 살인이 미수에 그쳐 목숨을 건진 여성은 최소 311명에 이른다. 보도되지 않은 사건까지 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