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골드 국제정세가 오묘하고 위험하다. 세계 주요 각국은 고도의 전략전과 대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분열된 세계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 중·러를 중심으로 하는 동방, 제3세계의 남방 세력으로 대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고, 상황은 보다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국제정치의 갈등 해법인 윈윈을 넘어서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려는 대회전이 진행 중이다.미국 중심의 패권질서 붕괴는 생존을 국가 최상 목표로 설정해야 하는 정글 같은 환경을 만들어놓았다.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멈출 수 없이 폭주 중인 미친 말과 같다. 전쟁은 더욱 커지고 있고, 참전 행위자의 수도 확대되고 있다. 어느 지도자도 이 전쟁을 멈출 수 없는 국면이다. 전쟁을 멈추는 지도자는 국내적으로 심각한 정치적 곤경에 처할 개연성이 크다.이스라엘의 네타냐후나, 러시아의 푸틴은 이 기회를 활용하여 현상변경을 하...
순천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한 남자가 학교로 나를 찾아왔다. 잘생기진 않았던 모양이다. 학교가 발칵 뒤집히지 않았던 걸 보니. 처음 보는 남자가 깔깔거리며 지나가는 여학생들 앞에서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푹 숙인 채 교문 옆에 서 있었다. 내 운동화가 시야에 들어오자 그는 번쩍 고개를 들고는 환하게 웃었다. 처음 보는 남자의 속절없이 환한 미소가 기이해서 그 장면이 각인되었을 것이다.“못 알아보겄냐? 나는 단박에 알겄는디. 외삼촌을 쏙 빼닮았다이.”아버지를 외삼촌이라고 부른다면 필시 고모의 아들일 터였다. 내가 아는 고모는 셋, 그 자손들 중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문득 할머니가 말끝마다 옷고름으로 눈물을 찍어내던 죽은 고모가 기억났다. 나는 그 고모를 아주 어려서 딱 한 번 보았다. 대여섯 무렵, 여느 때처럼 할머니 모시고 살던 작은집에 놀러 갔다.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틈만 나면 작은집으로 달려갔다. 몇살 터울 나지 않는 애들이 셋이나 있어 작은...
티라미수는 ‘미식천국’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저트의 하나다. 티라미수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끼얹은 과자 위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크림치즈를 올리고 코코아 가루를 뿌린 케이크다. 치즈와 코코아 가루가 만드는 대비가 세련된 데다 달콤 씁쓸한 이율배반적인 맛을 가졌다. 게다가 티라미수는 요리에 숙련되지 않은 사람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오븐이나 전자레인지도 필요 없다. 맛도 좋고 조리법도 쉬워 전 세계 이탈리아 레스토랑뿐 아니라 카페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티라미수의 티라는 ‘끌다’란 뜻의 동사 티라레(tirare)의 명령형이다. 미(mi)는 ‘나를’이라는 목적격 대명사, 수(su)는 ‘위에’란 의미의 전치사다. 타라미수를 의역하면 ‘나를 기분좋게 해라’쯤이다. 세계적 명성에 비해 티라미수의 역사는 짧다. 이탈리아에 최초 등장한 것은 1970년대 초쯤으로 추정된다. 원조 논쟁이 벌어졌지만 1971년 베니스 주변 소도시인 트레비소(Treviso)의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