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전문변호사 순천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한 남자가 학교로 나를 찾아왔다. 잘생기진 않았던 모양이다. 학교가 발칵 뒤집히지 않았던 걸 보니. 처음 보는 남자가 깔깔거리며 지나가는 여학생들 앞에서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푹 숙인 채 교문 옆에 서 있었다. 내 운동화가 시야에 들어오자 그는 번쩍 고개를 들고는 환하게 웃었다. 처음 보는 남자의 속절없이 환한 미소가 기이해서 그 장면이 각인되었을 것이다.“못 알아보겄냐? 나는 단박에 알겄는디. 외삼촌을 쏙 빼닮았다이.”아버지를 외삼촌이라고 부른다면 필시 고모의 아들일 터였다. 내가 아는 고모는 셋, 그 자손들 중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문득 할머니가 말끝마다 옷고름으로 눈물을 찍어내던 죽은 고모가 기억났다. 나는 그 고모를 아주 어려서 딱 한 번 보았다. 대여섯 무렵, 여느 때처럼 할머니 모시고 살던 작은집에 놀러 갔다.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틈만 나면 작은집으로 달려갔다. 몇살 터울 나지 않는 애들이 셋이나 있어 작은...